시나리오

Sự khác nhau (쓰 칵 냐우)

OPIM_NukeTip 2019. 1. 27. 22:32

 

 

Sự khác nhau(쓰 칵 냐우)

 



베트남 호찌민의 퇴근 시간...

4차선 도로에는 오토바이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다.

현지 베트남 사람들은 그들의 규칙을 지키며 도로를 잘도 건너간다.

 

나는 28살 한국 남자다.

베트남은 난생 처음 와 본다.

나는 오토바이가 빽빽한 이 도로를 건너야 한다.

그리고 건너편 골목 안에 있는 유미의 집에 가야 한다.

 

나에게는 오토바이 공포증이 있다.

 

10살 때 눈 앞에서 오토바이 사고를 목격했다.

사람이 그렇게나 많은 피를 흘릴 수 있고...

사람의 관절이 그렇게까지 휘어질 수 있다는 걸...

10살 때 처음 알았다.

그때 이후로 TV에서 오토바이 소리만 들려도 간담이 서늘해진다.

그런데 이곳은 내 시야를 꽉 채울 만큼 오토바이가 가득하다.

 

호텔에서 나올 적에,

로비 직원이 호치민에서 도로를 건너는 세가지 원칙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내 뒷 주머니에는 지갑이 있었다.

 

언제 사라진거지?

 

호텔 정문에 택시가 도착하고, 택시에 올라타고, 목적지로 이동하고,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지갑이 사라진 걸 알았다.

기사 아저씨는 알아들을 수 없는 베트남 말로 짜증을 냈다.

나는 온 몸을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지갑을 찾을 수가 없었다.

택시에서 쫓겨나듯 내리며 나는 생각했다.

 

기왕이면 건너편에 내려줬으면 좋았을걸...

그랬다면 이 공포의 도로를 건널 필요가 없을 것인데...

 

나는 잠시 포기하고 싶었다.

그러나 포기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건너편 골목 안에는 유미의 집이 있다.

 

 

처음 유미와 연락이 되지 않았을 때에는 분노를 느꼈다.

 

무슨 일이야?’, ‘왜 연락이 안되?’, ‘너 장난 하는거지?’...

 

내가 보낸 메시지만 폰 화면에 가득하고,

유미는 내 메시지를 읽지도 않았다.

 

나는 유미가 알바를 했던 키하야 일식집으로 찾아갔다.

일식집 사장님을 통해 유미가 베트남으로 돌아갔음을 알게 되었다.

 

, 남자친구였던 나에게 아무런 연락조차 없이,

유미는 베트남으로 떠나버린 것이다.

 

2달이란 긴 시간 동안 연락조차 되지 않았다.

그러나 분했던 감정은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왜 떠났을까?

 

가끔 의견 차이로 말다툼은 있었지만,

사소한 거라 생각했다.

 

유미를 처음 만난 건 키하야 일식집이었다.

그녀는 가끔 주방 보조도 했지만 대부분 서빙이 주 업무였다.

 

유미는 조심스럽게 음식을 쟁반에 담았다.

그리고 나와 우리 일행이 있는 테이블에 조심스럽게 음식을 내려놓았다.

 

유미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땐,

특이한 사투리 억양이라고만 생각했다.

 

나        서비스인가요?

유미     네...?

나        이거 우리가 시킨 거 아닌데요?

유미     안 시켰어요? 그럼 누구거지?

 

두 번째로 유미를 만난 건, 내가 일하는 백화점에서였다.

내가 이미 타고 엘리베이터에 유미가 올라탔다.

일식집에서의 수수한 모습과 다르게,

유미는 귀여운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유미는 얼떨결에 내 인사를 받았다.

 

... 안녕하세요?

 

유미는 나를 힐끔 힐끔 보면서,

내 존재를 기억해내려 애쓰는 듯 해 보였다.

그런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나        키하야에서 뵈었죠?

유미     아... ...

 

유미는 기억나는 듯한 미소를 짓는다.

아마도 예의상 표현일 것이다.

손님들을 어떻게 다 기억할 수 있겠는가?

 

혹시, 고향이 어디신지 물어봐도 될까요? 어디 억양인지 특이해서요.

 

유미는 장난끼어린 얼굴이 된다.

 

못 짬 므어이 하이 터이 탄 풍 터이 턴

một trăm mười Hai Tây Thạnh, phường Tây Thạnh

 

내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자,

유미는 내 얼굴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 쪽지에 그녀의 집 주소를 적어서 건네 주었다.

 

112 Tây Thạnh, phường Tây Thạnh, quận Tân Phú, tp. Hcm

 

그때 처음 알았다.

베트남 알파벳이 이렇게 생겼다는 것과,

유미가 베트남에서 왔다는 것을...

 

유미가 베트남으로 돌아간 이유를 찾기 위해,

그녀의 학과 친구들을 찾아다녔다.

그러다가 운이 좋다고 해야 되나?

유미의 학과 선배이자 예전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그와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그는 유미와 2년간 사귀면서 많이도 싸웠다고 했다.

대부분 국적이랑 문화 차이 때문이었다고...

어차피 길게 못갈 걸 알기에 먼저 헤어지자 했다고 한다.

 

나는 생각했다.

내가 사소하게 내뱉었던 말들이 유미에게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유미가 한국을 아는 만큼 난 베트남을 모른다.

 

아직 지하철이 없어?’

‘GDP가 한국 7,80년대 정도네?’

놀러 가는 게 아니라면... 살기는 한국이 좋지.’

베트남어를 왜 배워? 난 영어부터 배워야 되.’

 

유미는 경험을 통해 알았을 수도 있다.

사소한 상처들이 쌓여 큰 상처로 남는다는 것을...

 

상처 주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서로의 다른 점을 건드리는 게 아닐까?

우리 사이에 가장 쉽게 상처를 주고 받을 수 있었던 건...

서로의 나라였다.

 

만일 우리가 같은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상처를 주기 위한 또 다른 점을 찾지 않았을까?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하는 걸까?

단순히 그녀의 집안 일 때문에 급히 돌아갔을 수도 있다.

또한 나에게 연락 할 수 없는 상황일지도...

그게 아니라면,

유미는 그냥 내가 싫어 떠났는데, 내가 무리하게 찾아가는 걸까?

난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나는 아직 유미에 대한 감정이 정리되지 않았다.

유미를 만나고, 그녀의 입을 통해서 이유를 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이 공포스런 오토바이로 꽉 찬 도로를 건너야 한다.

 

나는 마음을 진정 시키기 위해 심호흡을 내쉬었다.

그리고 도로에 한 발짝을 내딛었다.

 

호텔 로비 직원이 알려 준 세가지 원칙을 생각했다.

 

첫째, 오토바이가 오는 방향을 주시하라.

둘째, 뛰지 말고 천천히 건너라.

셋째, 절대 멈추지 마라.

 

나는 오토바이가 오는 방향을 바라보며 발걸음의 속도를 늦춘다.

빠르게 나에게로 돌진해 오는 오토바이가 보인다.

내 발은 나도 모르게 멈칫 멈추려 한다.

그러나 다시 힘을 주어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전진 한다.

오토바이는 속도를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나를 피해 옆으로 지나간다.

 

한걸음, 한걸음...

 

도로 한 가운데에 도착한다.

자신감이 생긴다.

반대편 차로도 마찬가지로 세 가지 원칙을 지키며 걷는다.

오토바이 방향을 응시하고, 천천히, 멈추지 않는다...

 

드디어 나는 공포의 도로를 무사히 건넜다.

긴장이 풀린건지 다리에 힘이 빠진다.

벽에 몸을 의지하며 가쁜 숨을 몰아 쉰다.

 

그리고 나는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골목 깊숙이 왼편에 유미의 집이 있어야 할 대문이 보인다.

문 앞 주소와 유미가 알려준 주소를 비교한다.

확실히 유미가 알려준 집주소다.

내 생각 속의 허름한 집은 아니었다.

그런 나의 생각이 순간 한심했다.

여느 베트남 집과 달리 폭이 넓은 4층 집이다.

 

이사 가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해 보았으나 달리 방법도 없었다.

확실 한 건,

이사를 안 갔다면, 유미나 친인척이 이 집에 있을 것이다.

 

여기 오기 전에 한국에서 베트남 회화 책을 한번 훑어 보았다.

유미의 원래 베트남 이름은 타오.

이름 뒤에 어이를 붙이면 베트남식 호칭이 된다.

 

나는 대문을 두드리며 그녀를 불렀다.

 

Thảo ơi ~

 

5분쯤 지났을까?

 

집 현관문이 빼꼼히 열린다.

 

그리고 타오가 나온다.

 

매우 놀란 얼굴로...